올해 여름에 대하소설을 읽으려했던 계획은 진작에 포기했고, 그에 버금가는 분량의 책을 읽어보고자 다짐을 했었는데 결과는 달랑 2권! 여름에 한 것이라고는 장염을 오래도록 앓았다는 것이 유일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읽은 책 중에 하나는 <달의 궁전>이고 다른 하나는 Eric Weiner의 <행복의 지도>이다.에릭 와이너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아무튼 나중에 적어보기로 하고 .
폴 오스터는 예전에 십여 년도 훨씬 전에 처음 접한 책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뉴욕 3부작>. 그 소설을 읽었을 때의 신선함이란 것이 가슴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 터인데,책을 읽고 기록도 하지 않고 밑줄도 안치던 시절이라서 충격을 먹을 정도로 재미나던 소설이었다는 기억만을 ,오로지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이래서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두 번,세 번 읽든지.) 그리고 또 다른 책은 <빵굽는 타자기> 정도. 지금까지 총 3권을 읽었으니 한 작가의 세계관을 파악할 만한가? 그럴리가......
7월에 다 읽고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하느라 사실 그 느낌이란 것이 오묘하게 남아있다. 이 작가님은 사실 처음에 잘 안읽힌다. 책의 판형도 그렇지만 뭘 하드커버씩이나 만들어서 가뜩이나 글자도 빽빽한데 눈의 움직임까지 느려지는 형국. (거친 재생종이로 만들어도 좋으니 가볍고 싸게 페이퍼북으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출판사여러분. 재생종이가 더 비싸다는 것도 아는데, 좋은 재생용지 말고 외서처럼 거친 재생종이는 좀 더 저렴하지 않나요? 아닌가? 그냥 그렇다는 바람이 있어요.)
<달의 궁전>을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보자면 처음부분 주인공의 성장배경 및 대학생활, 기인에 가까운 거지생활(-,.- 사실 나는 이부분이 제일 흥미있었고 재밌게 읽은 부분이다 우울끝판왕을 보는 동질감이 새록새록), 에핑과 함께하는 일상, 에핑이 죽은 이후의 바버와의 만남 그리고 그 이후의 생활이 되겠다.
처음에 잘 안읽히는 것은 이 작가양반의 특징이라서 그려려니 했다가 주인공의 거지생활이 마음에 들어서 단숨에 흡입력있게 읽어내려갔다. 그러다가 괴팍한 에핑과의 생활이 흥미로워서 재미나게 책장을 넘겼는데 바버와의 만남편부터 사실 재미가 떨어지기는 했다. 이 소설을 10년 전에 읽었더라면 더 재밌는 소설이라고 기억하겠지만 지금은 이미 비슷한 느낌의 영화나 글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나에겐 <뉴욕3부작>만큼의 재미는 아니었다. 소설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달의 궁전>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관계의 한부분이 끝나면 다른 관계로 이어지고, 그 끈이 또 끊어지면 다른 관계로 이어진다. 주인공은 판타지스러운 관계와 사건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완벽하게 혼자가 되지만, 그것이야말로 내일을 살아가는 가장 완벽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 뒷모습은 나의 앞모습과 함께 현실에서 공존하지만, 나는 내 뒷모습을 볼 수 없다. 내 뒷모습이 환상이 아닌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어딘가에 시간을 오가며 볼 수는 없지만, 다른 누군가를 이어주고 버텨주는 형태는 어떤 식으로든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달'을 향해가는 그 어느 곳의 미래라든지, 현재 혹은 세상을 살아가는 어떤 타이밍이라든지. 이름과 형태가 다를 뿐 '달의 궁전'아래에서 제각각 살아가는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