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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지음

2016년의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잘한 짓이라면 드디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1,2 권을 읽어냈다는 것.
사실 이 책을 선물 받고 몇 장 들춰보다 덮어놓고는,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겨우 다 읽었다. 독서광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학소녀의 명맥을 잇는 관심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 때도 있었는데, 요즘같아서는 이런 생각도 해서는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얻는 계기의 책이 되었다.  진입장벽이 나에겐 무척이나 높았던 책.

우선 등장인물 이름이 익숙해질 만하니까 1권 끝났음. 뭥미? 진심 그랬다. 등장인물 이름이 주인공만해도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블롬크비스트가 처음에 사건을 조사하게 된 계기를 만든 사람 이름은 "한스에리크 베네르스트룀" 이었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만 해도 "미카엘"로 부르지만 잊을만 하면 나오는 그 "베네르스트룀" 이란 작자는 적응이 힘들었다. 제대로 대화체로 등장한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싫은 이름이었다. 차라리 사건의 주요 인물들인 "방예르"가족 사람들 이름이 훨씬 수월한 편이었다. 또 다른 주요인물 "리스베트 살란데르" (천재 여성 해커님은 내가 진짜  실력면에선 인정.), '리스베트' 상사이름만 해도 아르만스키(잊을만 하면 나와서 혼란을 주시는 이름). 읽은지 한 달이나 되었는데도 이름이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했기에 아직도 투덜거린다.  스웨덴소설을 처음 접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기엔 인내심을 요하긴 했다. 내용면에서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 소설은 구성면에선 완벽한 추리물은 아니다. 추리물을 선호하긴 하지만 덕후수준이 아닌 나로서도 1권 중반 정도에 범인을 예상했으니까. 다른 무엇보다 주인공이 이끄는대로 숨겨진 퍼즐을 맞추고픈 욕구가 들게하는, 이야기꾼의 실력이 출중한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사람으로서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덕목인데 ,정작 작가아저씨는 죽었기 때문에 시리즈의 끝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업들의 비리를 파헤치며 소신있는 보도로  밀레니엄이란 시사잡지를 이끄는, 밀레니엄 공동 편집자이자 기자인 미카엘. 미카엘이 취재한 보도내용이 비리가 충분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취재과정에서 "베네스트룀"측에서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미카엘이 보도한 사건은 소송에 패소하게 된다. 이 계기로 밀레니엄은 파산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잡지사의  재정위기와 비리 전문기자로서의 명예가 실추되어 활동이 어려워진 미카엘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된다. 바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한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사건인 "방예르"집안의 실종 및 살인(?) 사건이다.

소설에서 중요한 또 다른 인물 '리스베트'. 요즘 설명으로 걸크러쉬를 넘어 더 센 캐릭터의 여성인데, 내가 약한 존재에 약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해커로서 천재적인 감각은 부럽기는 했지만 한사람의 인생으로서는, 이 소설에서 희생된 여성들의 이미지와 겹쳐져서 마음이 우울하기만 했던 캐릭터. 나이든 아저씨 좋아하지 말라고 볼 때마다 목구멍으로 솟구쳤다(-,.-).
미카엘과 더불어 리스베트의 상황이 각각의 챕터로 번갈아 나오면서 1권 끝무렵에서야 연결점이 생겨 2권부터 둘이 함께 "방예르"집안의 30년 전  미결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36년 전의 미결 사건을 해결했다는 결과보다는, 의문점을 지워가는 동시에 잔혹한 사건의 내용을 맞딱드리는 것이라고 본다. 난 범인을 예상했다.  '방예르'집안의 사건은  미드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내용의 것들과 유사했다. 내가 많은 유사 사건들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누군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도와줬어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는 것. 하지만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피해자에게 그런 힘과 용기가 생기기는 힘든 법이니까, 결국 주변에서 누군가는 도와줘야한다는 것이고 , 주변 누군가는 분명 용감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결론은 '좋은 사람을 주변에 가까이 두자(?)' 가 되는 것인가.

소설을 읽으면서 흥미진진한 취재과정에 시간가는 줄 몰랐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읽을 때는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장르소설로 받아들이기보단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으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요즘의 수사물 드라마나 영화, 책들이 보다 전문적이고 잔혹한 디테일이 선명한 것은 사실이니까.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지구 어느 곳에서 사는 동안 피곤한 일임을 또다시 확인한 기분이다. 3일만에 두권을 읽을 만큼 재미있었던 것은 틀림없으나, 다시 읽을 일은 없다.
(임산부나 심약한 여성은 안읽어도 된다. ㅎㅎ. 작가 아저씨는 좋지만 사건 전말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음.)



1) 나머지 밀레니엄 시리즈는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올해가 지난 뒤에 읽기로 결정했다. <밀레니엄 1부>을 읽었다는 것으로 진입장벽 높은 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은 사라졌기를.
2) 시간이 지난 뒤에 쓰기보단 될 수 있으면 읽은 다음에 기록을  남기는 신속함을 겸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나에게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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