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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30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싫지만, 가끔은 변한다.
1.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좋은 것보다는 싫은 것이 크게 다가온다.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고 싫은 것은 세상과 맞닿은 경계선이 나에게만 비껴간 느낌에 몸서리쳐지도록 억울하고 아프게만 느껴지는 것만 같다. 몸이 먼저 느끼고 마음은 그 다음인 순서가 정해진 것처럼 나는 항상 예민했고 곤충처럼 더듬이를 내밀고 촉을 곤두세우는 사람이었다. 그 흔적은 얼굴에 남아서 나이를 알 수 없는 주름을 만들어버렸지만 이 부분은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터라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2.
며칠을 우리집에서 기거하다 어제 돌아간 조카녀석은 감기를 앓으면서도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녀석의 작은 손을 잡고 있으면서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을 느끼는 반면, 어린 생명에게 알 수 없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구나. 도화지같은 어린 아기에게 나의 날 것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몹시 미안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좋은 고모로 남고 싶은 욕구가 더 큰 것을 느낀다. 너에게 사랑만을 주고싶지만 이미 세상의 온갖 불안과 걱정을 가득지고 살아온 세월이 많기 때문에 좋은 것만을 보여주진 못할 것 같다.
너를 걱정하고 돌봐주는 시간 속에 내가 살아온 많은 감정과 행동이 녹아있다. 나는 그게 부끄럽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누군가 내게 지난 시간을 묻는다면 정확하게 정리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과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분명 과거의 한부분이 뭉뚱그려 사라진 것 같은 부분이 있다. 단지 그 시간은 지나갔다는 것이 정확한 현실이다. 지금 이시간도 지나가고 내일도 지나갈 것이다. 잡아두지 못하는 시간을 머릿속에 기억하는 방법은 제대로 살아내는 것 뿐이다.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내 뜻대로 결정하고 살아내는 것.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의 방법이다.
남의 탓만 하면서 부끄러운 어른인 채로 남고 싶지 않다.

3.
오마이컴퍼니에서 구입한 세월호기억팔찌를 매일 하고 다닌다. 생각만 하는 것보다 매일 기억하면서 사는 것이 확실히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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